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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버릇

술을 입에 대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못된 버릇 때문에 몸고생,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까지 생각하면 나 같은 위인은 술을 끊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숨을 끊으면 끊었지 술은 못 끊을 거라는 게 내 주위의 한결 같은(한결 같을 것도 셌다, 참) 의견이다 보니 작심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알코올에 의지하는 사람들을 치료해 준다는 모임에라도 참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대학에 와서야 배운 술, 막무가내로, 양이나 시간에 구애없이 즐기던 술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다.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 진심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by phantom | 2006/08/17 14:46 | 일상들 | 트랙백 | 덧글(5)

3월 22일, 홍세화의 수요편지

프랑스의 100만 시위를 바라보며
 
 
 경찰 추산 50만, 시위대 측 추산 150만, 지난 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최초고용계약법(CPE) 반대 시위 참가자의 숫자입니다. 정확한 시위 참가자를 가늠하는 방법은 두 숫자의 산술평균을 내는 것입니다. 즉, 100만이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면 비교적 정확합니다. 100만이든, 150만이든, 대규모 시위라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습니다.

관찰자 중에는 이번 시위를 가리켜 6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68년 학생혁명에선 일자리가 보장된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뭉쳐 혁명적 국면을 형성했다면, 이번 시위는 고용 불안에 처한 젊은 세대들이 주변부를 밀려나지 않을까 라는 불안이 그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68년 혁명이 ‘사회를 바꾸자!’라는 구호에 있었다면, 이번 시위는 ‘사회 안으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작년 11월에 있었던 이주노동자 2세들의 소요 사태는 주변부로 밀려난 계층의 〈절망〉에 이른 사회적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면, 이번 시위는 중간계층이 주변부를 밀려나지 않을 것인가 라는 〈불안〉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번 시위는 68년 혁명보다는 95년 11월-12월에 있었던 노동자 대파업 때와 견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95년이나 이번이나 집권 우파세력이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법안을 관철하려 했다는 점에서 서로 만나고, 법안을 밀어붙였거나 밀어붙이고 있는 총리가 차기 대통령 선거의 후보감이라는 점에서도 서로 만납니다. 95년에 집권우파세력은 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연금체계를 하향 조정한 쥐뻬(당시 총리 이름)법안을 밀어붙이려다 노동자, 학생 등 프랑스 시민사회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당시 프랑스 철도와 지하철은 3주간 멈췄습니다. - 결국 법안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음 총선에서 좌파에 패배하여 정권을 내주게 됩니다. 우파가 95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으로도 저는 이번 시위를 68혁명보다는 95년 대파업 국면과 연결짓게 됩니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회를 들끓게 만든 최초고용계약법이란 무엇일까요? 가장 문제된 것은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최초로 고용하는 경우 2년 이내에는 동기 없이도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25세 미만의 실업률이 24%에 달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를 극복 방안으로 집권 우파세력이 강력한 노동유연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항의 시위는 예비당사자들인 대학생,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학부모단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과반의 대학교가 봉쇄되었고 이 물결은 고등학교에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드 빌팽 총리는 아직 법안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학생들과 노동조합은 3월23일과 3월28일에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를 접하면서 우리의 현실, 특히 비정규직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법안은 2년 계약기간 동안에는 사용자 임의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프랑스와 같습니다. 프랑스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최초 고용할 때뿐만 아니라 아무 때나 2년 고용계약을 할 수 있고 2년 계약기간 안에는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중대한 차이가 있음에도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인 곳은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입니다. 한국에서는 비정규직법안이 2월27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는데도 별다른 저항과 분노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일부 노동자들의 투쟁은 확산되지 않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을 향한 악법에도 불구하고 노학연대를 보여주기는커녕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한국과 다릅니다. 전통도 다르고 산업구조도 다르고 역사과정도 다릅니다. 비정규직이 60%에 이르는 한국과 달리, 20%대에 지나지 않는데 그들 대부분은 자발적이거나 13개월까지 허용되는 시험기간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언론도 다릅니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일 때마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를 앵무새처럼 써대는 신문이 주류신문이 될 수 없는 것은 그런 신문을 찾는 시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르몽드는 21일치 사설에서 드 빌팽 총리에게 법안을 철회하거나 유보할 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파고를 고시공부, 토익공부, 학점공부로 ‘나만의 계층상승’으로 돌파하려는 생각보다 “사회정의가 질서에 우선한다”라는 근대 공화국의 시민의식을 갖고 있어서인지 국민의 60% 이상이 법안 철회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최초고용계약법에 대한 프랑스 시민사회의 반응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월에 통과시키려고 하는 비정규직법안을 앞에 두고 있는 우리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by phantom | 2006/03/23 09:12 | 트랙백 | 덧글(0)

용산행 급행 열차

오늘 오전 8시 14분 경에 부천역에서 용산행 급행 열차가 출입문 가운데 하나를 연 채로 출발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미처 타지 못하고 대기하던 승객들이 열차를 멈추려고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지만 열차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역을 빠져 나갔다.

짧은 시간 안에 승객이 갑자기 많아진 건 아닐 테고 배차 간격이 넓어진 건지, 분명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객차에 사람이 더 끼어 타는 걸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그것에 맞춰 출입문 고장이 더 잦아진 경향이 있다. 그 탓에 급행보다 일반 열차가 오히려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객들의 무리한 탑승과 그로 인한 출입문 고장으로 열차가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열차 운전자는 출입문을 어떻게든 빨리 닫고 출발하려고 하고 승객은 어떻게든 열차에 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이제 일상다반사다. 운전자가 다음 열차가 금방 도착한다거나 한두 사람 때문에 많은 승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등의 말로 승객들에게 심리전을 펴 본들 승객들이 억지로 열차에 올라타려는 시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늘 개문발차 사고의 경우 열차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고의로 문을 개방한 채 전철을 달렸을 리는 없다. 그리고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제지를 해도 막무가내로 끼어 타다가 문을 고장나게 한 승객의 잘못도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사실은 승객은 승객대로,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 뿐인데 결국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만년 적자라는 '훈장'을 달고 사는 철도 공사과 지하철 공사의 부족한 이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열차 운전자와 승객이 매일 아침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 형국이다.

사람이 많은 시간에 열차를 충분히 배차한다면, 이 열차를 보내도 1,2 분내로 다음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콩나물 시루 같은 객차 안으로 자신을 구겨 넣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적어도 정원을 훨씬 초과하는 승객 때문에 열차를 운행하는 데 지장이 생기지나 않을까, 큰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출근길 용산행 급행 열차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를 그냥 두고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출입문이 열린 채 열차가 출발하자 당황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도 당황했다. 처음에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도 열차가 저만치 가버리자 황당함에 입을 닫지 못하고 서로 쳐다만 보았고 주변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문이 열린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열차가 달리는 도중 다른 사람에게 밀려서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어쩔 뻔 했는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by phantom | 2006/01/20 11:07 | 일상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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