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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행 급행 열차

오늘 오전 8시 14분 경에 부천역에서 용산행 급행 열차가 출입문 가운데 하나를 연 채로 출발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미처 타지 못하고 대기하던 승객들이 열차를 멈추려고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지만 열차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역을 빠져 나갔다.

짧은 시간 안에 승객이 갑자기 많아진 건 아닐 테고 배차 간격이 넓어진 건지, 분명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객차에 사람이 더 끼어 타는 걸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그것에 맞춰 출입문 고장이 더 잦아진 경향이 있다. 그 탓에 급행보다 일반 열차가 오히려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객들의 무리한 탑승과 그로 인한 출입문 고장으로 열차가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열차 운전자는 출입문을 어떻게든 빨리 닫고 출발하려고 하고 승객은 어떻게든 열차에 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이제 일상다반사다. 운전자가 다음 열차가 금방 도착한다거나 한두 사람 때문에 많은 승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등의 말로 승객들에게 심리전을 펴 본들 승객들이 억지로 열차에 올라타려는 시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늘 개문발차 사고의 경우 열차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고의로 문을 개방한 채 전철을 달렸을 리는 없다. 그리고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제지를 해도 막무가내로 끼어 타다가 문을 고장나게 한 승객의 잘못도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사실은 승객은 승객대로,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 뿐인데 결국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만년 적자라는 '훈장'을 달고 사는 철도 공사과 지하철 공사의 부족한 이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열차 운전자와 승객이 매일 아침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 형국이다.

사람이 많은 시간에 열차를 충분히 배차한다면, 이 열차를 보내도 1,2 분내로 다음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콩나물 시루 같은 객차 안으로 자신을 구겨 넣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적어도 정원을 훨씬 초과하는 승객 때문에 열차를 운행하는 데 지장이 생기지나 않을까, 큰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출근길 용산행 급행 열차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를 그냥 두고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출입문이 열린 채 열차가 출발하자 당황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도 당황했다. 처음에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도 열차가 저만치 가버리자 황당함에 입을 닫지 못하고 서로 쳐다만 보았고 주변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문이 열린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열차가 달리는 도중 다른 사람에게 밀려서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어쩔 뻔 했는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by phantom | 2006/01/20 11:07 | 일상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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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 at 2007/07/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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