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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트럴(Collateral)>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내기 위해 몇 개의 인터넷 영어사전을 찾아 다녀야 했다. 저 '형용사'스러운 단어가 정말로 형용사로 쓰인 건지 아니면 형용사가 아닌 다른 명사의 의미로 쓰인 건지부터가 아리송했다. 결국 영영사전까지 뒤져 보고 나서야 이 제목이 '담보' 정도의 명사로 쓰였다는 것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하!"하면서 동의하리라 믿는다.

영화의 포스터는 <히트>를 만든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라는 점을 그 아랫 쪽에 밝히고 있는 데,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후, <히트>에서 느껴졌던 묵직함 같은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히트>가 노(老)배우들의 연기력에 힘입은 바 크다면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의 회색 염색 머리에 힘입은 바 크다. 거기에 도입부부터 맥스(제이미 폭스)의 일상과 관련한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되어 가벼운 액션 영화와 차별을 꽤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 빈센트(톰 크루즈)의 마지막 암살 표적이 처음에 등장했던 여자 검사일 거라는 예상도 쉽게 가능하지만 그게 싸구려 반전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이 영화가 나름대로 무게감을 가지고 진행된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영화가 맥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데 반해 빈센트의 과거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는 거의 담고 있지 않아서 빈센트가 덜 현실적인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이것은 다분히 감독의 의도인 것 같다. 왜냐하면 또 다른 영화, 말하자면 콜래트럴의 속편(빈센트의 과거 행적을 다룬)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나에게 생기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가 속편에 속편으로 이어지는 것을 별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고 보면, 실제로 속편이 제작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마이클 만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걸로 보인다. 아직 보지 않아서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 같은 관계의 영화가 또 하나 나온다고 해도 사실 하나도 이상할 건 없다.

문제는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스펙타클한 영상이나 오줌을 지릴 만한 액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분명, 지루하다. '할리우드'가 내놓은 수많은 액션 영화 가운데 돈 별로 안 들인, 게다가 소시민적 영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조금은 뻔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세부적인 장면들에서부터 그런 뻔한 영화들의 대열에서 아주 작은 각도만큼 벗어나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렇듯이 그 작은 각도가 영화의 격을 형성한다.

가령 빈센트가 LA 검찰청에 여검사를 죽이기 위해 침입했다가 그녀를 도와주러 온 맥스에 의해서 얼굴 부위에 총상을 입은 후 맥스와 그 여검사가 함께 도망치자 그들을 쫓는 장면이 있다. 빈센트가 의자를 던져 유리벽을 부수고 그 의자를 타고 넘는 장면에서 바퀴가 달린 그 의자는 미끌어지고 빈센트는 우스꽝스럽게 넘어진다. 빈센트가 누군가? 그렇다, 바로 톰 크루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에서는 임파서블한 장면이다. 그는 항상 정의롭고 멋진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가 악역에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기까지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영화는 이 영화 이후에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이런 디테일을 알맞은 상황에 배치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중반부터 꽤 비중 있게 나오는 형사가 있는 데, 그는 맥스의 결백을 믿는 유일한 경찰이기도 하다. 그런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장면에서 죽일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될까. 감독의 마음은 모르긴 몰라도 애써서 키운 자식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주제와 빈센트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서 감독은 기꺼이 그 형사를 희생시킨다.

내가 좋게 이야기한 부분을 아마 영화의 헛점으로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위의 장면들을 NG나 허술한 시나리오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이클 만이 만든 <인사이더>를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치밀한 구성력을 지닌 감독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거대한 담배회사에 대항하여 방송사 내부에서 외롭게 싸워나가는, 세상을 알 만큼 알지만 그래도 결국 정의를 포기하지 못하는 PD의 이야기(따분할 수도 있는)를, 아무런 특수효과도 없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긴 러닝타임 동안 결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바로 그다.

그렇다고 내가 이 영화의 빈약한 주제의식까지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사람이 죽어도 6시간 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사회(여기선 L.A.)에 대한 반성을 이 영화는 이끌어낼 수 없다. 그러나 킬러와 인질(담보) 사이의 심리 묘사를 완벽하게 실패한 것은 아니어서 나에게는 절대로 지루한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극장에서 보기에 돈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듣기에는 조금 억울한 영화'라는 정도의 지지를 보내고 싶다.

by fragment | 2004/10/18 16:13 | 감상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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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ragment at 2004/10/22 20:49
내 생각보다도 이 영화는 훨씬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다. 총에 대한 지식이 짧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한 영화라는 사실도.
Commented by collateral at 2017/01/18 14:35
아니 collateral 뜻을 담보물??? 영화본 사람맞나
엄연히 평행선의 의미가 단어뜻에 있는데

선과 악의 두 캐릭의 평행적대립이 처음부터 끝까지나오는데 영화를 본사람맞나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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