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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리에브리바디닷컴(www.sorryeverybody.com)


이런 사이트가 있다, 아니 있었다. 지금은 홈페이지가 작동을 멈췄다. 여기에는 부시의 재선을 세계인들에게 미안해 하는 미국 시민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실려 있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선배의 싸이홈피에 갔다가 며칠 전 알게 되었는 데, 나는 실제로 그 홈피에 가 보지는 않았다. 부시의 재선에 대해 나는 별로 할 말도,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재선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반응이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깐 든 생각일 뿐이었다. 미국 한번 가보지도 못한 내가 그 나라 대통령 선거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를 하더라도, 그게 얼마 간 내용을 담고 있을지 나조차도 의심이 가는데 그 코멘트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텔레비전에서 특집으로 몇 시간씩 방영하고 신문과 주간지에서 몇 달 전부터 지면을 할애했던 미국 대선에 대한 전망들이 모두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가끔 들르는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그가 미국 시민들의 선택에 대한 진보적 지식인들의 평가를 비판하는 글을 읽다 보니 갑자기 며칠 전에 선배의 미니홈피에서 보았던 사진들 생각이 났다(지금 인터넷상으로 직접 그 사진들을 볼 수 없지만 다행히 몇 장의 사진을 스크랩 했다, 아래 쪽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미국 시민들에게 해야 할 말이라고 김규항이 주장하는 것을, 한 사이트를 통해 미국인들은 스스로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세계인들을 향한 사과의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가장 많이 들여다 볼 사람들은 분명 미국인들이다. 내가 본 사진 속 사람들은 부시가 재선된 것에 대해 크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그럼으로 자신(혹은 미국, US라고 중의적으로 적혀 있다)들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어떤 사진에는 자신들이 부시를 얼마나 증오하고 있는지를 과격하게 표현한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반발 때문에 이 사이트가 지금 운영이 중단된 게 아닐까 짐작된다. 위어낫쏘리닷컴(www.werenotsorry.com, 이것도 멈춘 것 같다)이라는 사이트가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이 세계인들에게 그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사과하는 태도는 우스운 생각이 든다. 미국이 강대국인 것은 인정하지만 전 지구가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닐진대,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알아서 미안해 하는 건 미국이란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시민들 또한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부시가 아니라 케리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향해 미안한 짓을 많이 했을 텐데(다른 나라들의 희생이 없다면 미국은 현재의 막대한 달러 소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다) 부시 때문에 미안하다는 것도 어폐가 있다. 게다가 하루하루가 9.11 같은 제3세계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사과는 엄살로 느껴질 수도 있다. 사과로 받아지기는커녕 되레 그들의 부아를 건드릴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사과가 진심 어린 것이라고 해도.

따라서 미국인들의 반성과 사과는 그들 사회 내부로 향하는 태도를 취해야 했다. 김규항의 말대로 미국인들의 선택이 부시였고 그를 선택한 것이 케리에게 표를 던지는 것에 비해 미국 시민들의 사회의식과 국가주의가 더 저급한 것임을 드러냈다면,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고 자기들끼리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는 게 옳다고 본다. 미국에는 부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미국에서 테러를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식의 논리에 눈물 흘리고 돌아설 테러리스트는 애초에 없다.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아닌 미국인들 자신이다. 공포가 혐오를 이겼다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by fragment | 2004/11/16 15:48 | 잡념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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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깡소 at 2004/11/17 02:09
이거로군
Commented by fragment at 2004/11/17 16:12
깡소 /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글이 난잡하오. 그러게 이 주제는 건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ㅠ.ㅠ
Commented by fragment at 2004/11/18 13:18
저 사이트 안 죽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학교 도서관에서 저 사이트를 막아 놓았나 봅니다. 집에서 들어가 보니 작동하고 있네요...헐
Commented by fragment at 2004/11/18 13:36
전체적으로 이 포스팅이 사실 관계에 있어서 부정확한 면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그러나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변함이 없습니다. 세상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는 미국인들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 말입니다. 사진에 담긴 문구 가운데 이기적으로까지 보이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꽤 불편하네요.
Commented by sso at 2004/11/20 17:38
야...그나저나..저분 글은 오늘 왠지 읽기가 싫다..턱선부터 너무 날카로운 것이......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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